(시사저널=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이번 추석 연휴에도 중국발 논란이 터졌다. 영국의 명문 축구단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한국 팬들에게 추석 인사를 전한 것이 발단이었다. 맨시티는 구단 공식 계정에 "모든 한국 팬이 행복한 명절을 보내길 바란다"며 한복을 입고 공기놀이를 하는 선수들의 영상을 올렸다. 엘링 홀란 등 선수들은 "해피 추석"이라고 말하며 한국 팬들에게 인사했다. 논란은 엉뚱한 곳에서 일었다. 중국 일부 누리꾼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매체 '넷이즈'는 "맨시티가 한국인에게 중추절 인사를 전하며 문화 도용을 조장했다"며 "한국은 오랫동안 중국 전통문화를 탐했고, 이번에는 맨시티가 그들의 행동을 방조하기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넷이즈는 "이로 인해 일 추석 상여금 부 팬이 실망해 구단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맨시티의 중국 팬층은 많지 않지만, 다수의 중국 기업이 구단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맨시티의 주요 시장 중 하나다. 그럼에도 구단은 중국 팬들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 팬들은 이번 사태를 보고 등골이 오싹해졌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국내 스폰서들이 아이패드재무계산기 분명한 입장을 밝힐 때"라고 덧붙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 맨체스터 시티가 한국 팬들을 위해 올린 추석 인사 영상 ⓒ맨체스터 시티 인스타그램 "한국, 오랫동안 중국 전통문화 탐했다" 미국채무조정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중국 기업들의 국제적인 영향력이 커졌다. 중국의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중국인들의 발언권도 덩달아 확대됐다. 맨시티처럼 전 세계 팬과 스폰서에 의존하는 글로벌 구단 입장에서는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일부 누리꾼과 매체가 그러한 힘을 활용해 맨시티를 상대로 한국 문화 경계에 나선 모습이다. 비슷한 10등급무직자대출 논란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올해 설에도 미국 디즈니랜드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Happy lunar new year)'라는 문구와 함께, 한복을 입은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가 손을 흔드는 모습을 공식 계정에 올렸다가 공격을 받았다. 중국 일부 누리꾼은 설을 도둑맞았다고 반발했다. 한국이 '음력 설'(lunar new year)이라고 부르는 것은 문 기금이란 화 도둑이고,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새해도 훔쳐가는 한국"이라며 반발했다. 출발점은 2005년 강릉단오제의 유네스코 등재였다. 한국 강릉단오제는 200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중국은 이를 자국의 전통 명절 단오를 강탈한 행위라고 했다. 그때부터 한국을 향해 '중국 문화를 빼앗아간 도둑, 문화 침략자'라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고조됐고, 이번 추석까지 이어진 것이다. 문화 도둑론은 단오제 논란 이후 전방위적으로 퍼졌다. 급기야 한복, 김치 같은 대표적인 한국 전통문화마저 중국 문화를 훔친 거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걸그룹 아이브의 《해야》 뮤직비디오에서는 곰방대, 저고리, 부채, 노리개 매듭, 동양화 이미지 등 동양풍 요소들을 문제 삼았다. "뮤직비디오 전체가 중국 문화로 가득 차 있다" "동양화가 아니라 중국화다" "문화를 도둑질했다"는 말이 나왔고, 뮤직비디오에 그림을 제공한 작가의 SNS에도 "부끄러운 줄 알아라" 같은 악성댓글이 쏟아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화제작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동양적 이미지에 대해서도 문화 도둑 주장이 나왔다. 아이브의 장원영이 파리 패션위크에서 봉황 비녀를 꽂자, 그것조차 문화 절도라며 논란이 이어졌다. 일부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는 "한국이 중국 문화를 훔치는 도둑"이라는 인식이 기정사실처럼 굳어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그들이 지적하는 문화가 실제로 한국의 전통이라는 점이다. 전통이 전혀 없는 문화를 인위적으로 가져다 쓴다면 문제지만, 오랜 시간 생활문화로 이어져온 것은 도둑질이 아니다. 강릉단오제, 설, 추석, 한복, 김치, 동양화 등은 모두 오랫동안 한국인들이 누려온 전통문화다. 10월13일 한국을 찾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모습 ⓒ연합뉴스 문화의 발원과 흐름을 자기 식대로 왜곡 어디에서 발원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문화는 원래 흐르는 것이다. 어디서 비롯됐든, 한 나라에서 오랫동안 향유되고 뿌리내렸다면 그 나라의 전통으로 인정받는다. 동아시아는 오래전부터 중국 중심의 한자문화권으로 연결돼 있었기에 유사한 문화가 많다. 중국이 제국으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중국적 요소가 섞인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도둑질'이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설과 추석은 음력 체계를 사용하는 문화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명절이다. 그 기원이 중국이든 아니든 자연스러운 문화적 공통 현상이다. 설사 영향을 받았다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스·로마 문명에서 비롯된 서양 문화가 유럽과 미국에 퍼졌다고 해서 이탈리아가 서방국가들을 '문화 도둑'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K팝이 힙합, EDM, 록 음악을 활용한다고 해서 영미인들이 우리에게 문화 도둑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문화의 본질적 흐름이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중국 문화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한 포스터 ⓒ반크 제공 문화의 기원을 속이거나 역사를 왜곡하지 않는 한, 모든 문화는 자국의 문화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서 비롯된 한국 문화도, 미국에서 비롯된 한국의 문화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최근 K컬처가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장래에는 한국에서 발원한 각 나라의 문화들도 나타날 것이다. 이렇게 흐르는 게 문화다. 중국 일부 누리꾼의 태도는 '흐름'이 아닌 '독점'이라는 반문화적 자세다.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의 발원을 왜곡하는 사람들은 중국 일부 누리꾼이다. 김치 중국 기원설, 한복 중국 기원설, 삼계탕 중국 기원설 등이 대표적이다. 김치나 한복 등을 향유한 역사 자체가 없는데 갑자기 그것들을 자국 문화라고 하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한국의 전통 행사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이고, 중국의 단오 명절도 그것과 별개로 등재될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마치 한국이 자국 단오의 등재를 가로막은 것처럼 왜곡한다. 음력설(lunar new year)은 동아시아 전반의 보편적 명절인데, 이를 한국의 도둑질이라 하고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만 불러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문화 독점이다. 오히려 이런 태도가 동아시아 주변국의 전통을 침해하는 행위다. 추석도 한국인들이 오랫동안 누려온 국민 명절이다. 한국인에게 추석 인사를 건네는 건 문제가 될 일이 전혀 아니며, 중국 중추절과는 별개의 문화다. 중국인들은 한국 추석과 별개로 자국 중추절을 기념하면 된다. 그럼에도 일부 중국 누리꾼은 끊임없이 "한국은 문화 도둑"이라고 외치며 국제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에서 허위 주장을 퍼트리고, 해외 단체 등에 압력을 넣는 방식이다. 인구와 경제력이라는 '규모의 힘'을 앞세운 이런 왜곡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는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