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브칼산에 오르니, 운무에 싸인 아틀라스산맥의 설산 봉우리들이 숨이 멎을 만큼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한 장의 사진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얀 눈으로 덮인 산봉우리들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이었다. 그곳이 아프리카라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사하라사막의 뜨거운 모래언덕만 떠올리던 아프리카에 이런 설산이 있다니. 그 순간부터 '투브칼Toubkal'이라는 이름이 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하면서 나는 자꾸만 그 사진으로 돌아갔다. 알제리와 튀니지, 그리고 모로코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아틀라스산맥. 그 정점에 서 있는 투브칼산. '아프리카의 설산'이라는 단어가 나를 불렀다. 별내선 연장 투브칼의 관문으로 가는 길 모로코 마라케시Marrakech에서 남쪽으로 60km 남짓, 아틀라스산맥에 안긴 작은 마을 임릴Imlil. 이 조용한 산속 마을은 북아프리카 최고봉 투브칼산을 오르기 위한 관문이다. 투브칼산은 해발 4,167m로, 아틀라스산맥 최고봉이다. 장애인차량대출 투브칼로 향하는 등로 양쪽에는 작은 상점들이 즐비하다. 산행 중에는 이 식당들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아틀라스산맥은 지구의 역동적인 힘을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증거이다. 아프리카 대륙판과 유럽 대륙판이 만나는 경계에 자리하고 있으며, 모로코부터 알제리, 튀니지를 가로지르는 2,400km 디딤돌대출 인하 의 대산맥이다. 이 거대한 산맥은 수천만 년 전 두 대륙판의 충돌로 솟아올랐고, 지금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는 거인 아틀라스의 이름을 딴 이 산맥은, 실제로도 아프리카와 유럽 사이의 거대한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투브칼이 속한 하이 아틀라스High Atlas 지역은 베르베르족의 전통적인 삶의 새희망홀씨대출 이자 터전이기도 하다. 이들은 수백 년 동안 이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목축과 농업을 하며 살아왔고, 지금도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와 언어를 지켜가고 있다. 아랍의 침입, 프랑스의 식민 지배에도 불구하고 이 산속에서만큼은 그들의 정체성을 온전히 보존해 왔다. 산행 첫날 먹은 샐러드가 재테크 책 신선했고, 특히 오렌지가 무척 맛있었다. 임릴에는 투브칼산에 오르기 위해 해마다 수많은 등산객이 모여든다. 숙소 주인은 따뜻했고, 투브칼산을 오르기 위한 가이드도 바로 소개해 주었다. 가격은 합리적이었다. 한국에서부터 마라케시까지 오랫동안 가이드를 찾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예약을 하지 않고 온 것이 다행이었다. 1일차 _ 폭풍전야 임릴~투브칼산장, 11.7km 등반 전, 가이드와 함께 장비 대여점에 들렀다. 가격 흥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장갑, 크램폰, 스틱까지 빌리는 데 390디르함을 불렀지만 330디르함(약 5만 원)에 빌릴 수 있었다. 간식으로 초코바와 사탕도 몇 개 샀다. 임릴마을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트레킹이 시작됐다. 초반엔 경사가 완만했고 따스한 햇살이 등을 밀어주어서 가볍게 투브칼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가이드가 입산신고를 했다. 투브칼은 반드시 자격을 갖춘 가이드와 동반해야만 입산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곳부터 산장까지 약 12km. 고도 약 1,500m 이상을 올라야 하니 쉽지 않다.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 너머로 설산 봉우리들이 도열을 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높은 봉우리가 투브칼인줄 알았는데 투브칼은 뒤에 숨어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길에는 말과 노새가 쉼 없이 짐을 싣고 오갔다. 사람과 노새, 말이 함께 다니는 길이라 늘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정상 부근에서 다리가 부러져 말에 실려 내려오는 사람도 마주쳤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상 도착도 중요하지만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이다. 산행 첫날. 등로에는 말을 타고 산장까지 오르는 이들이 무척 많았다. 3시간이나 지났을까, 고도는 이미 2,300m를 넘었다. 조금씩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추워지기 시작했지만 보온재킷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인원이 많은 팀이 아니고 가이드와 둘이만 하는 산행이라 부담이 없었다. 가이드는 우리가 편한 속도로 산장까지만 올라가면 된다고 했다. 내일 정상 도전을 위한 워밍업이었다. 길가에는 노점 식당이 군데군데 자리했다. 음료와 식사, 각종 기념품을 팔았다. 산을 바라보다 가끔은 상점에서 파는 물건들 구경을 했다. 산행모드가 아닌 관광모드로 유유자적 길을 걷다 문득 "이렇게 걸어서 정말로 투브칼엔 오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얼마나 엄청난 산행이 기다릴까?"슬쩍 긴장도 되었다. 잠시 쉰 곳은 길가에 있는 작은 가게. 오렌지 착즙주스 한 잔이 단돈 15디르함(약 2,000원). 아프리카에서 가장 자주 마신 음료였다. 신선한 착즙 주스를 마시며 그늘에서 쉬는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조금 더 걷다가 오믈렛과 샐러드로 점심을 간단하게 먹었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 해발고도 2,800m를 넘어서고 3,000m에 가까워지니 눈 구간도 많아지고 추워졌다. 장갑도 끼고 보온재킷도 입었다. 다행히 아직 고소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산만 보고 걸으니 살짝 지루해질 무렵 투브칼산장Refuge Toubkal Les Mouflons에 도착했다. 눈으로 덮인 투브칼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은 경사도가 무척 심해서 등로는 지그재그로 이어져 있었다. 산행 시작한 지 7시간 20분이 걸렸다. 산장은 의외로 잘 갖춰져 있었지만 해가 지니 추위가 엄습했다. 나무 장작이 훨훨 타는 벽난로 앞에서 저녁식사까지 기다리는 휴식은 너무나 달콤했다. 저녁식사는 닭고기 타진과 하리라 수프, 후식은 오렌지. 3,000m가 넘는 산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도저히 믿기 어려울 만큼 멋진 식사였다. 식사 후에 가이드는 내일 산행 일정을 브리핑했다. "오전 4시 반 기상, 5시 출발. 정상까지 약 4시간. 하산까지 총 8시간 정도 예상합니다." 가이드 예상대로만 산행을 다녀오면 얼마나 좋을까? 산장의 침대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2일차 _ 추위와 바람, 눈과의 사투 투브칼산장~투브칼 정상~투브칼산장~임릴, 16.2km 4시 반. 아침 공기는 날카로웠고, 산장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깨어났다. 아침 식사로 빵 몇 조각을 넘기려 애썼지만 생각보다 먹기가 힘들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하산길은 경사도도 심하고, 큰 바위들이 나뒹구는 너덜길이라 오를 때보다 더 힘들고 위험했다. 산행 중에 크램폰을 신을 줄 알았는데 출발할 때 크램폰을 가이드가 신겨 주었다. 시간이 꽤 걸렸다. 다른 팀들은 모두 출발했고 우리는 예상시간보다 30분이나 늦은 5시 반에 출발했다. 오랜만이기도 했지만 돌이 많아서 크램폰을 신고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내 앞을 지나갔던 팀은 단체로 포기를 선언하고 하산했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더 이상 올라오는 사람도 없었다. "지금부터는 정말 힘든 길입니다." 가이드는 숨 가쁘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담겨 있었다. 다시 출발. 경사도가 심해지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발은 꽁꽁 얼어갔고 호흡은 거칠어졌다. 쉴 만한 곳이 없어 멈출 수도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모여서 해발 4,000m가 넘는 정상에 도착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걸었다. 다행히 추위 때문에 꺼졌던 휴대폰에 전원이 들어왔다. 정상 가까이 다다르니, 이미 정상을 밟은 이들이 응원의 말을 건넸다. "Good job!" 그 한마디에 다시 힘이 솟았다. 마침내 하늘과 맞닿은 투브칼 정상. 그 순간, 세상이 발아래 펼쳐졌다. 산행 시작한 지 딱 4시간이 걸렸다. 한 시간에 1km를 올라왔다. 산행 첫날, 투브칼산장에 밤이 찾아들며 온 세상이 주홍빛으로 물들어갔다.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아틀라스산맥의 파노라마는 숨을 멎게 했다. 하얀 눈으로 덮인 봉우리들이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깊은 계곡들이 신비로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동쪽으로는 사하라사막의 끝자락이 희미하게 보였고, 서쪽으로는 대서양을 향해 뻗어나가는 산줄기들이 물결처럼 굽이쳤다. 이곳에서 보는 아프리카는 내가 알던 아프리카와 전혀 달랐다. 뜨거운 사막도, 울창한 정글도 아닌, 순백의 설산이 만들어내는 장엄한 대자연이었다. 구름들이 발 아래로 펼쳐져 있어 마치 하늘 위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바람은 거세고, 손은 얼어붙었고 물도 얼어서 마실 수 없을 만큼 혹독한 상황이지만, 마음은 고요했다 얼어 있는 초코바 하나를 입에 녹이며, 나는 이 순간을 온전히 마주했다. 카메라에 풍경을 담는 것도 잠시 멈추고 그 풍경을 내 눈으로, 내 가슴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입가에는 미소가 흘렀다. 아프리카의 지붕에서 내려다보는 이 광경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광활하게 펼쳐진 설산의 파노라마를 조금 더 느긋하게 즐기고 싶었지만 이제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고 우리도 내려가야만 했다. 하산은 빛의 속도로 진행됐다. 오후 2시에 눈 예보가 있다고 했다. 바람은 폭풍처럼 세찼고 눈발도 굵어지기 시작했다. 길은 미끄러웠고, 낭떠러지가 옆에 있어서 한눈조차 팔 수 없었다. 지금도 심한 바람으로 길이 사라진 곳이 많은데 더 많은 눈이 온다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정상에서 이제 고생은 끝났다고 생각했었는데 하산이 더 힘들 줄은 전혀 몰랐다. 투브칼산장이 가까워질수록 눈 구간이 늘어나고, 날씨도 급격히 추워졌다.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산에 이정표가 하나도 없었다. 가이드 없이는 절대로 올 수 없는 곳이었다. 물론 가이드가 없으면 입산조차 허가가 되지 않는 곳이지만. 경사도가 심해서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왜 이곳에서 1년에 한두 번은 사망 사고가 나는지 실감이 들었다. 가이드는 이렇게 험한 투브칼을 1주일에 두 번은 올라온다고 하니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드디어 산장이 보였다. 긴장이 풀렸다. 잠시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온 몸이 나른해졌다. 6시간 만에 산장에 도착. 4시간 걸려서 올라갔는데 하산엔 2시간이 걸렸다. 정말 빛의 속도로 내려왔구나. 벽난로 앞에서 잠시 몸을 데웠다. 지난 밤,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산행을 한 탓인지 잠이 엄습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쉴 수 있을 만큼 시간여유도 없었다. 어제 올라온 만큼 임릴까지 다시 하산을 해야 했다. 싸락눈이 간간이 내리고 길은 얼어붙어 있었다. 어제 왔던 길이 낯설게 느껴졌다. 오후 늦게 임릴에 도착했다. 투브칼에 다녀온 것이 마치 오래전 일이 된 듯했다. 산행정보 교통 마라케시에서 임릴까지는 그랑택시Grand Taxi를 이용한다. 그랑택시는 승합차 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차량 1대에 5~6인이 동승한다. 정해진 출발시간은 없고 만차가 되면 출발한다. 숙박 임릴에서 머무를 숙소는 부킹닷컴이나 아고다 등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가이드 임릴에서 투어사를 방문하거나 숙소 호스트에게 문의하면 된다. 마라케시의 투어사에서 예약하면 픽업/드롭다운 서비스가 제공되어서 편리한 반면에 비용 지출이 크다. 산행일정 여유 있는 산행을 위해서 1박2일보다는 2박3일을 추천한다. 1일차 : 임릴(1,740m) ~ 투브칼산장(3,207m), 약 12km 2일차 : 투브칼산장 ~ 투브칼 정상(4,167m) ~ 투브칼산장, 약 7~8km 3일차 : 투브칼산장 ~ 임릴, 약 12km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