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다음 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도피 의혹’과 관련해 법무부와 외교부, 대통령실 고위 간부급 주요 피의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19일 밝혔다. 오는 24일에는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22일과 23일엔 각각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이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한다. 조 전 장관과 이 전 차관은 이번이 첫 번째 특검 조사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조 주택관리공단 전 장관은 이 전 장관이 지난해 3월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 사임하는 전 과정을 관장한 책임자”라고 설명했다. 이 전 비서관과 이 전 차관은 호주대사 임명 및 인사 검증이 이뤄질 당시 의사결정 위치에 있던 인물이다. 김경진 기자 후순위대출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같은 해 3월 호주대사로 임명되고 사임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를 수사해 왔다. 법무부, 외교부,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채 해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던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킬 목적으로 공모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5일엔 법무부를, 6일엔 다시사신예수님 외교부를 압수수색 했다. 지난 17일엔 이 전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입장을 확인했다. 또 이날 브리핑에서 정 특검보는 특검 출범 이후 2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 기소가 한 건도 없는 이유에 대해선 “수사하는 사안의 성격이 수사 외압 직권남용과 관련한 당사자의 구체적인 경험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2년 이상 시간이 지나 물적 증거 하나은행 첫거래신용대출 가 별로 남아 있지 않기에 다른 특검과는 차이가 있다”며 “기소가 없다고 수사가 잘 되고 있지 않단 비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10월부터는 윤석열 전 대통령 조사를 포함해 중간 결론이라도 보여드릴 상황이 될 거라고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 김계환 5차 조사 외환은행 대출금리 …전하규 참고인 출석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전 수사 외압 의혹 관련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다섯 번째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조사에서는 2023년 7월 30일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시점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오후 2시부턴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에 대한 3차 참고인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 여권발 사법파동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자진 사퇴하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여권의 파상 공세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 연료로 삼은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이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나며 여권이 궁지에 몰렸는데도 사퇴 목소리의 크기는 줄지 않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법원) 내부의 비판과 국민적 불신KCI 주식
은 조 대법원장이 초래한 자업자득”이라며 “결자해지하길 바란다. 깨끗하게 물러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이 “사법부가 ‘내란범의 사법세탁소’가 됐다. 물러남이 마땅하다”며 사퇴를 공개 요구하자 정 대표, 전현희 최고위원, 서영교·부승찬 의원 등이 연이어 나섰다. 급기야 16일 대정부질문에서 ‘증권수수료싼
조희대-한덕수 회동’ 주장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사흘 뒤인 4월 7일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 김충식(김건희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 측근)씨 등과 오찬을 하면서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5월 10일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에서 올라온 주장인데, 해당 채널도증권거래세
확인한 게 아니란 게 드러났다.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은 강하게 부인했다. 급기야 대정부질문에서 의혹을 제기한 부 의원은 “서 의원의 주장을 다시 언급한 것”, 서 의원은 “전 정권 고위직에게 들었다” “열린공감TV에 물어보라”며 ‘폭탄 돌리기’ 하듯 책임을 회피했고, 김병기 원내대표가 “(의혹을) 말씀하신 분이 해명해야 할 것 같다”(19일)고 하는주가급락
데까지 나아갔다. 여권은 그러나 사퇴 요구 자체를 물리진 않았다. 대통령실은 관망하는 외양이나 15일 추 위원장 등의 사퇴 요구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히면서 파문을 크게 확산시켰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국민주권,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 간접삼일기업공사 주식
선출 권력”이라며 사법부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일도 있다. 조 대법원장과 여권의 갈등은 대선 전 촉발됐다. 대법원이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2심(무죄)을 파기환송하면서다. 정 대표가 18일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파기환송을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빨리해야 했냐”고 발언한 게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소강 국면을 맞는 듯했던 양측의 갈등은 여권이 대법관 증원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이른바 ‘사법개혁’ 추진을 놓고 다시 불붙었다. 여권이 대법관을 기존 12명에서 26명을 늘리고, 이 중 22명은 이 대통령의 임기 중 임명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12일 긴급소집된 전국법원장회의가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여권은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야권은 이에 대해 “나치식 사법 통제”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입법부, 행정부 장악에 이어 독재 체제 구축의 마지막 퍼즐인 사법부 장악을 위한 범 정권 차원의 사법부 초토화 작전에 나섰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발상은 똑같은 나치 총통을 꿈꾸는 것”이라고 맹비난한 데 이어, 19일에도 “조 대법원장을 향한 정치 공작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즉각 형사상 고발 조치를 하고, 국정조사 요구서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재명에게는 무죄를, 윤석열 일당에게는 유죄를’ 내릴 판사들로만 구성된 맞춤형 재판부를 원하시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가 정국의 블랙홀이 된 데는 여권발 대법원장 퇴진 공세가 헌정 사상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다. 이승만 대통령도 김병로 대법원장과 반민족행위자처벌법과 사법부 독립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지만, 퇴진을 요구하진 못했다. 김 대법원장은 1953년 대법원장에 연임되어 1957년에 69세로 정년 퇴임했다. 지금까지 대법원장이 퇴진 압박으로 중도하차한 것은 두 차례다. 노태우 정부 때 판사 300여 명이 사법부 독립과 대법원장의 퇴진을 요구했던 2차 사법파동(1988년)과 김영삼 정부 때 서울지법 판사들이 법관회의 제도화 등을 요구했던 3차 사법파동(1993년) 때다. 이로 해 김용철·김덕주 대법원장이 각각 사퇴한 적이 있지만 이는 법원 내부로부터 분출한 사안이었다. 더군다나 김덕주 대법원장의 직접적 사퇴 이유는 김영삼 정부 때 도입한 공직자 재산 공개와 관련 있다. 그가 변호사 시절 투기 대상 지역에 9억원어치 부동산을 사들인 사실이 공개돼 거센 비난을 받았다. 여권발 대법원장 퇴진 압박은 그러나 시선을 국내 밖으로 돌리면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김종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대법원장 탄핵은 파키스탄 무샤라프 정권과 필리핀 두테르테 정권 때 그 사례가 있다 한다. 어느새 대한민국이 민주당 덕분에 파키스탄과 필리핀 수준의 나라가 되었다”며 “대법관 증원을 통한 사법부 장악도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과 헝가리 오르반 정권이 써먹었던 고전적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두테르테 정권은 2018년 여권이 총동원되어 대법원장을 축출했다. 그해 초 필리핀의 여당이던 PDP라반은 하원에서 마리아 루르데스 세레노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했고, 정부도 ‘도덕성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임명 무효 소송을 냈다.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8대6으로 청구를 인용했고, 세레노 대법원장은 직을 상실했다. 당시 여권은 인사 권한 남용과 공금 유용 등을 사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두테르테 정권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정치적 이유가 컸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직접 “세레노는 나의 적”이라고 언급하는 등 여당의 대법원장 공격을 독려한 일도 있다. 국제법률가위원회(ICJ)와 유엔 사법독립 특별보고관 등은 당시 “사법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유성운·신수민 기자 pirate@joongang.co.kr